[만나봄] 쳐다보다 물든 마을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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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중
마을만들기나 마을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면
가장 중요한 건 묻지 않는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니?
그 애도 나비를 모으니? 이렇게 묻는 법이 없다.
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돼?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묻곤 친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창문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 위에 비둘기가 있는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는데요.”라고 말하면 그런 집을 상상하지 못한다.
“10억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오 정말 좋은 집이구나” 소리친다.
천만원짜리 땅값, 1억짜리 자동차, 10억짜리 아파트, 수백억짜리 건물
“오 우리의 삶은 정말 행복해졌구나” 사람들은 소리친다
우린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숫자가 커질수록 좋아하고 숫자가 작아질수록 시큰둥하다
마을 활동하는 사람들은
화성 매향리 쪽부터 물드는 저녁노을이 아름답지 않나요?
함께 놀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함께 모이고 떠들고 꿈꾸다 보면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 서로 이웃이 될래요? 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한다.
어린 왕자는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물었다.
여우는 말했다.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잊고 있는 의미인데
그건 바로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으면 우린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나는 너한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거야”
마을 활동하는 사람들은
뚱딴지같은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숫자를 쫓아다니느라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의미를 되살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 소중한 존재가 되어
활짝 핀 꽃 무리가 되어 살아가자고 외친다.
비가 올 때도
눈이 올 때도
추울 때도
더울 때도
혼자보단 여럿이 낫다는
그들의 마을 활동이
한 줄기 빛처럼 내 안에 흘러들어와
생명처럼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느새 바라보다
마을활동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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