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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 시대, 마을공동체가 새로운 사회적 해법으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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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30 09:30 조회 : 1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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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사회적 고립과 불평등이 동시에 밀려오는 복합위기의 시대에 마을공동체를 새로운 사회적 해법으로 바라보고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5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 마을공동체 가치 확산과 현장 밀착형 정책 연구 포럼' 출범을 기념하는 포럼이 열렸다. '복합위기 시대, 마을이 답이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경기도의회 의원과 경기도 관계자, 31개 시·군 마을활동가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오현정 경기도의원이 회장을 맡아 출범했다. 오 의원은 그동안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한 기반 마련과 현장 중심의 정책 개선을 강조해 왔다. 지난 7월에도 경기도의회 의장과 마을정책 추진단,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관계자들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고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금과 조례 개정 등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이 주목하는 것은 마을공동체를 단순히 '지원해야 할 사업'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 자산이자 정책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영재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 겸임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가 인구·사회구조 변화, 지역소멸, 사회자본 감소, 기후·환경 변화라는 네 겹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확산, 사회격차 심화, 국제정세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왜 마을공동체인가 

이 교수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변화를 '마을임팩트'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주민 개인의 역량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개인의 변화, 주민 스스로 의제를 정하고 자원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의 변화, 이웃 관계망이 확장되는 관계망의 변화, 그리고 돌봄·기후·교육 등 지속가능한 가치가 확산되는 미래가치의 변화다.

결국 마을공동체의 성과는 사업 참여자 수나 프로그램 횟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이 달라지고, 관계가 연결되고, 주민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커지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가치라는 이야기다.

이날 현장에서는 그 의미를 보여주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금미선 경기시군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표는 기후위기와 고립, 지역소멸 같은 문제는 개별 마을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광역 차원의 연대와 연결을 강조했다. 그는 "마을공동체는 결코 비용이 아니"라며 "행정이 감당해야 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든든한 투자"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의 문제도 제기됐다. 우인혜 마을활동가기금 경기추진단 공동추진단장은 마을활동가들이 인력 부족과 재정난, 소진을 겪고 있다며 주민 스스로 공동의 자원을 만들고 순환시킬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마을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8.1%가 마을활동가기금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87%는 기금을 '비빌 언덕'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예진 스무살이협동조합 이사장은 의정부에서 청년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관계와 일의 기반을 만들어 온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지원사업만이 아니라 서로 돌보고 연결되는 관계망이라며 "마을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장한 사람이 다시 마을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강조했다.

최재박 갓생포천 대표 역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단순히 일자리 부족으로만 볼 수 없다고 했다. 포천에 좋은 기업과 정책, 기관이 있어도 그것을 청년에게 연결해주는 관계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천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사람과 기회 사이를 연결해 줄 관계가 부족합니다."

마을은 바로 그 '연결'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제시된 사례는 청년 문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경남 수원마을만들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코로나19와 기후재난, 고립된 이웃의 돌봄 과정에서 가장 먼저 주민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 마을활동가였다고 말했다. 마을만들기는 단순한 공모사업이 아니라 생활 속 민주주의이며, 주민이 서로 연결되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 기반이라는 것이다.

화성에서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소유하고 그 수익을 마을의 공동자산으로 활용하는 '햇빛소득마을'이 시도되고 있다. 정한철 화성시민재생에너지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중요한 것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규모가 아니라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결정하며, 수익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안산 일동에서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동네의 가게와 공간을 돌봄의 거점으로 연결하는 '다정곳간'이 만들어졌다.

이진경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이사장은 동네 슈퍼와 식당, 카페 등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에 이미 사람과 관계, 신뢰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공간들을 연결하자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안부를 확인하고 새로운 이웃을 만나는 생활 속 돌봄망이 형성됐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

"갈 곳도 생기고 아는 사람도 많아져서 좋아."

'다정곳간'의 성과는 몇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가 아니라, 동네 안에서 관계가 얼마나 새롭게 연결됐는지에 있었다.

31개 시·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송현중 경기마을지원센터협의회 대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공동체를 지속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연결되고 함께 살아가는 일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공동체 활동에 투입되는 공공재원을 단순한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자원을 키우는 '씨나락'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정책의 전환'이었다
마을공동체를 단기간의 공모사업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주민의 자발적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제도와 재정, 공론장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 통합돌봄, 햇빛소득마을, 마을기업, 사회연대경제 등 서로 다른 영역을 마을이라는 생활 현장에서 연결하는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

이는 최근 경기도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정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오현정 의원은 7월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관련한 의회 업무보고에서 공동체 사업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포럼은 그 논의를 한 단계 더 확장하는 출발점이다.

경기도의회는 조례와 제도를 정비하고, 경기도는 지속가능한 정책과 재정 기반을 마련하며,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현장의 경험과 데이터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31개 시·군의 주민과 마을활동가가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간다.

복합위기는 어느 한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돌봄은 복지정책만으로, 지역소멸은 인구정책만으로, 기후위기는 환경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의 현장에서 관계를 만들고, 서로 돌보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고,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 함께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은 새로운 정책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정책을 실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복합위기 시대, 마을이 답이다.

이날 포럼에서 나온 이 문장은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경기도 곳곳에서 청년이 서로를 연결하고, 주민이 에너지를 공동으로 생산하며, 동네 가게가 돌봄의 공간이 되고, 활동가들이 지역의 관계망을 지켜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마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변화를 어떻게 발견하고, 측정하고, 연결해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경기 마을공동체 가치 확산과 현장 밀착형 정책 연구 포럼의 출범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실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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