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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법 생긴 마을기업, 이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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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12 13:15 조회 :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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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원이 끝난 뒤 매출이 줄거나 새로운 판로를 찾지 못해 활동을 중단하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이를 마을기업의 의지나 역량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정책이 '몇 개의 마을기업을 지정했는가', '얼마의 사업비를 지원했는가'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성과 관리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마을기업을 몇 개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마을공동체에서 시작된 활동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으로 발전시키고, 그 성과를 다시 공동체에 돌려줄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마을기업육성법 시행과 함께 경기도의 마을기업 담당 기능이 사회적경제육성과에서 공동체지원과로 이동한 것도 이런 점에서 주목할 변화입니다. 이를 단순한 행정 조직 개편이 아니라, 그동안 정책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마을공동체'와 '마을기업'을 하나의 성장 생태계로 연결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① 보조금으로 시작하되, 시장에서 살아남는 마을기업이어야 합니다 

마을기업은 일반 기업과 다릅니다. 이윤 극대화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지역 주민이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그 성과를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 중요한 정체성입니다. 그러나 공동체성이 시장 경쟁력을 포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사회적 가치를 가진 기업이라도 지속적인 수익이 없다면 고용을 유지할 수 없고, 공동체에 환원할 자원도 사라집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은 '공동체성 대 수익성'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특히 주목할 영역은 '지역 문제 해결형 공공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경기도 농촌과 도시 외곽에서는 시장과 공공부문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생활 서비스가 늘고 있습니다. 고령자의 식사와 이동, 아이들의 돌봄과 통학, 생활 물품 구매, 빈집과 유휴 공간 관리, 환경 관리, 문화·관광 프로그램, 재생에너지 관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복지나 행정의 영역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는 마을기업이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반찬·도시락 공급, 장보기 대행, 이동 지원, 생활 안전 확인 등을 묶은 '마을생활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고, 도시에서는 환경 관리와 자원 순환, 공유 공간 운영, 아이 돌봄과 문화 프로그램을 결합할 수 있습니다. 빈집이나 유휴 시설을 숙박·체험·돌봄·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을 봉사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역 문제를 서비스 수요로 연결하고, 이를 일자리와 수익으로 만들어 다시 공동체에 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② '사업비가 끝나면 사업도 끝나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마을기업이 특정 공모 사업이나 행사에 의존하면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 매출도 함께 줄어듭니다. 이를 바꾸려면 수익 구조를 '단일 상품 판매형'에서 '복합 수익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첫째는 민간시장 매출입니다. 지역 농산물·가공품·관광·체험 등의 품질과 디자인을 높이고 온라인몰, 대형 유통망, 편의점, 지역 축제 등 다양한 판로와 연결해야 합니다.

둘째는 공공시장 매출입니다. 공공기관의 청소·방역·환경 관리·급식·돌봄·문화 행사·관광·시설 관리 가운데 지역 마을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합니다.

셋째는 지역 자산을 활용한 수익입니다. 유휴 공간, 빈집, 농지, 역사문화자원, 산림, 에너지 자원 등을 체험·관광·임대·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결해 장기적인 수익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넷째는 기업과의 상생 시장입니다. ESG와 지역사회 공헌을 확대하는 기업의 구매·복지·환경·사회공헌 수요를 마을기업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마을기업은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B2C·B2B·B2G를 결합한 지역 서비스 플랫폼형 기업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별 기업이 각자 온라인몰을 만들고 영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 브랜드와 물류, 마케팅, 공공구매 등을 지원하는 경기도 차원의 '마을기업 공동 판로 플랫폼'도 검토해야 합니다.

정책의 성과 지표 역시 신규 지정 기업 수보다는 3년·5년 생존율, 지원 종료 후 매출 유지율, 지역 내 고용, 공공서비스 제공 실적, 주민 참여율, 지역 재투자 규모 등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책의 목표가 '기업을 만드는 것'에서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③ 마을기업육성법 시대, 공동체와 기업을 다시 연결해야 합니다
마을기업육성법 시행은 마을기업이 독자적인 정책 영역으로 자리 잡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 시점에 경기도의 담당 기능이 공동체지원과로 이동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마을기업의 출발점은 결국 '기업'보다 '마을'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마을기업은 어느 날 갑자기 사업자 등록증과 함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며 작은 활동을 시작하고, 그 경험이 쌓여 서비스와 사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정책도 이 성장 과정을 따라가야 합니다.

마을공동체 활동 → 지역 문제 발굴 → 소규모 실험 → 사업 모델 검증 → 마을기업 전환 → 시장 진입 → 안정적 수익 → 공동체 재투자

저는 이러한 과정을 '경기도형 공동체-마을기업 성장사다리'로 구축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처럼 공동체 지원사업과 마을기업 육성사업이 각각 별도의 공모사업으로 운영되면 좋은 공동체 활동이 경제활동으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사업성만 보고 마을기업을 육성하면 공동체 기반이 약한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공동체 단계에서는 주민 관계망 형성과 지역 문제 발굴을 지원하고, 성장 단계에서는 사업 모델 설계와 시범 사업을 지원하며, 마을기업 단계에서는 경영·판로·공공 조달·투자·금융을 연결해야 합니다. 모든 공동체를 마을기업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사업화 가능성이 있고 이를 원하는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성장한 마을기업이 지역의 돌봄·환경·문화·교육 활동에 수익의 일부를 재투자한다면, 공동체와 기업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생태계가 될 수 있습니다.

④ 퀘벡처럼, 행정과 중간지원조직도 '시장을 만드는 마케터'가 되어야 합니다
마을기업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판로입니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구매할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책도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누구에게 팔 것인가'를 함께 찾아주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정책은 주목할 만합니다. 퀘벡은 사회적경제를 복지나 공동체 지원에 머무는 영역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구성하는 경제 주체로 보고, 기업의 성장과 사업 모델 강화, 시장 접근과 공공구매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러한 관점입니다. 경기도와 시·군은 공공기관, 기업, 대학, 병원, 산업단지 등이 무엇을 구매하고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마을기업의 공급 역량과 연결해야 합니다. 마을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공공기관의 구매·위탁 수요, 기업의 구매·ESG 수요와 연결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판로 지원의 성과도 교육 횟수나 상담 건수보다 신규 거래처 확보, 계약 금액, 공공 조달 진입, 기업 협력, 재구매율과 매출 증가율로 평가해야 합니다. 마을기업에게 "좋은 상품을 만들어 보십시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잘 만들었으니, 이제 함께 팔러 갑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행정은 보조금 집행을 관리하는 '심사자'에서 지역의 시장을 발굴하고 열어주는 시장 설계자로, 중간지원조직은 공모 안내와 정산을 돕는 역할에서 실질적인 성장·판로 파트너로 전환해야 합니다. 공동체 분야의 전문성뿐 아니라 마케팅, 영업, 유통, 공공 조달, 기업 협력 역량도 필요합니다.
 

⑤ '마을기업 지원 정책'에서 '마을기업 생태계 정책'으로
마을기업 정책의 목적은 기업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주민들이 사업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생기며, 경제적 성과가 다시 지역사회에 투자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경기도의 정책은 '마을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서 '마을기업이 지속할 수 있는 시장과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마을공동체에서 지역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활동이 사업 모델로 발전하며, 마을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판로를 연결해야 합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은 구매와 ESG 협력으로 참여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수익과 일자리는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선순환이 만들어질 때 마을공동체와 마을기업은 더 이상 별개의 정책 사업이 아닙니다. 마을공동체는 마을기업의 사회적 기반이 되고, 마을기업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실행 수단이 됩니다.

마을기업육성법 시행과 경기도 행정 조직 개편은 이러한 전환을 시작할 중요한 기회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원 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마을기업·행정·중간지원조직·공공시장·민간시장을 하나의 성장 경로로 연결하는 일입니다.

공동체가 경제를 만들고,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시장을 열며, 그 경제가 다시 공동체를 살리는 구조. 경기도 마을기업 정책의 다음 10년은 이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방태형(경기도마을기업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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