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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시범 끝낸 주민자치회, 이젠 '현장 안착'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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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08 13:39 조회 : 1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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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시범을 마치고 정식 주민자치기구가 되다

13년 동안 '시범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운영돼 온 주민자치회가 마침내 정식 제도로 자리 잡게 됐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법률이 인정한 주민자치기구가 된다. 하지만 제도화가 곧 주민자치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제도를 어떻게 현장에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2026년 3월 31일 국회를 통과하고 4월 14일 공포된 지방자치법 개정안 제17조의 2는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법 상 주민자치기구로 명문화하고, 정치적 중립 규정 및 행·재정적 지원 근거를 법률 수준에서 확보한 것이다. 2026년 10월 15일 시행과 함께 주민자치회는 법적으로 시범 실시 단계를 졸업하고 정식 제도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맞추어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참고 조례 전부 개정안'(아래 '참고 조례 개정안')을 배포하였다. 이 개정안은 단순한 조문 정비가 아니라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운영 방식 전반을 재설계하는 성격을 띤다. 이하에서는 참고 조례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의미, 현장 안착을 위한 과제, 마을공동체와의 협력 필요성 및 향후 정책·제도적 보완 방향을 차례로 살펴본다.

참고 조례 전부 개정, 무엇이 달라졌나


① '시범'을 벗고 지방자치법 속 주민자치회로

개정안이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근거 법령의 교체다. 조례 제명에서 '시범실시'를 삭제하고 설치 근거를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에서 지방자치법 제17조의2로 전환함으로써, 주민자치회가 더 이상 실험적 기구가 아닌 지방자치 시스템의 정규 구성 요소임을 법적으로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위원 선정에서는 추첨제를 원칙으로 명시하여 인맥 중심 운영을 방지하고, 위원 정수 기준도 '상한'에서 '최소 정수'로 전환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한 구성을 허용하였다. 외국인 위원 참여 근거 신설은 다문화 현실을 제도가 적극 수용한 조치로 평가된다.

② 주민총회와 자치계획, 주민이 지역을 결정한다

실질적 변화의 핵심은 주민총회 의무화와 자치계획 수립 의무화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가 매년 1회 이상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자치계획의 심의·의결, 주요 사업 결정, 운영 평가 등 핵심 사항을 주민총회에서 처리하도록 하였다. 이는 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전체 주민 참여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총회가 형식적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안건의 사전 공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의결 결과의 구속력 확보 등이 운영세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치계획 의무화는 주민자치회를 단순 사업 집행 주체에서 지역을 스스로 설계하는 기획 주체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자치계획을 통해 도출된 주민 우선순위 사업이 자치단체 예산 편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면, 주민자치는 형식적 참여를 넘어 자원 배분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자치로 확장된다. 이를 위한 자치계획과 예산 과정 간의 제도적 연결 고리를 조례로 명확히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③ 수탁사무와 연계법인...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넓어진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의 기능을 협의업무(지역발전계획·환경기초시설·도시재생 등)와 수탁업무(주민자치센터·도서관·공원 운영 등)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예시하였다. 수탁업무의 체계화는 주민자치회가 수탁 사무비를 통해 재정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전담 인력을 확보하는 경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수탁사무 운영이 관행이 아닌 제도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운영 가이드라인의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과의 연계법인 설립 근거도 신설되었다. 이는 주민자치회가 공동체 자산을 조성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서비스를 직접 공급하는 주체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다. 다만 연계법인이 공공성을 유지하려면 회계 분리 원칙과 지도·감독 지침의 정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며, 일부 주민 집단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공공성 확보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④ 운영세칙은 주민자치회의 '내부 헌법'이다

개정안은 운영세칙에 담아야 할 사항을 갈등해결 절차, 이해충돌 방지, 회의 공개 원칙, 분과위원회 구성·운영, 회계 기준, 위원 선정 세부 절차 등 11가지 범주로 명시하였다. 운영세칙이 형식적 규정의 집합이 아니라 주민자치회의 민주적 운영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부 헌법'으로 기능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전국 수천 개의 주민자치회가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세칙을 독자 개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시도연구원 등 공공 연구기관이 주도하여 모범 운영세칙(표준안)을 개발·보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① 주민자치회마다 다른 현실,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전국 약 1500여 개의 주민자치회는 운영 기간, 지역 특성, 인적 자원, 행정 지원 여건 등에서 매우 큰 편차를 보인다. 모든 주민자치회에 동일한 기준을 일률 적용하는 방식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주민자치회의 자치역량 진단을 통해 기초형성기·성장발전기·자치성숙기로 단계를 구분하고, 단계별로 차별화된 지원을 적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기초형성기에는 조직 구성과 기본 운영에 대한 밀착 컨설팅을, 성장발전기에는 수탁사무 역량 강화와 자치계획 수립 지원을, 자치성숙기에는 연계법인 운영과 지역사회 협력 모델 개발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역량 진단 결과는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맞춤형 지원 계획의 출발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동시에 자치계획 수립·주민총회 운영·수탁사무 관리라는 새로운 역할을 무급 봉사 위원의 열정만으로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전담 사무국과 유급 실무 인력의 확보가 제도적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독립형 사무국, 인근 주민자치회 간 공동 사무국, 시·군·구 주민자치지원센터를 통한 순회 지원형 등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설치 방식을 허용하되, 사무국 직원이 행정 보조자가 아닌 전문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도록 처우 기준과 직무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② 추첨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참여를 만드는 교육과 지원

추첨제 원칙화는 참여 민주성 제고를 위한 중요한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원자 부족이 선결 과제로 작용한다. 추첨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위원 교육 이수 시간의 사회공헌 실적 인정, 소정의 활동비 지급, 지역 행사 우선 참여 등 참여 인센티브와 사회적 인정 구조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위원들에게 자치계획 수립·예산 집행·갈등 조정 등 복합적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교육 체계도 일회성 집합 교육에서 벗어나 취임 전 기초교육, 임기 중 심화교육, 직능별 특화 과정(재정 담당·사무국 직원·위원장 리더십 과정 등)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 지역 간 우수 사례 현장 교류는 외부 강사 의존형 교육보다 학습 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③ 안정적인 행·재정 지원이 주민자치를 살린다

지방자치법 제17조의2가 행·재정적 지원 근거를 법률 수준에서 명시하였지만, 법적 근거만으로 지원의 질과 양이 자동으로 개선되지는 않는다. 주민자치회 지원 예산은 과거 시범사업 보조금 형태에서 벗어나 운영 기본 경비·사무국 인건비·주민총회 운영비 등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법정 경비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자체 재원만으로는 지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비 보조를 통한 재정 형평성 확보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④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한국의 풀뿌리 자치에는 두 흐름이 병존한다. 지방자치법·행정안전부 주도의 주민자치회 제도와, 광역자치단체가 자체 법령으로 발전시켜 온 마을공동체 지원 체계다. 두 흐름은 그간 병렬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현장에서는 사업 중복과 자원 경쟁으로 인한 혼선이 적지 않았다. 주민자치회가 읍·면·동 전체를 포괄하는 대표성 중심 기구라면, 마을공동체는 특정 관심사와 지리적 단위로 자발적으로 모인 소규모 실행 집단이다. 두 주체가 역할을 놓고 경쟁할 경우 주민 에너지가 분산되지만, 협력할 경우 자치의 저변을 넓히고 공동체 역량을 배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협력 모델은 위계가 아닌 역할 분담에 기초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공식적 협의·수탁 기능을 담당하고, 마을공동체는 특정 지역과 의제에서 자발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는 실행 주체로 기능하는 분업 구조가 이상적이다. 구체적으로는 ▲ 자치계획 수립 과정에 마을공동체의 공식 참여 절차 마련 ▲ 분과위원회에 마을공동체 대표의 당연 참여 ▲ 주민자치회의 마을공동체 재정 지원·공간 제공 역할 부여 ▲ 대규모 사업에서의 공식 파트너십 구축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시·군·구 단위 중간지원조직이 두 영역을 함께 지원하는 통합적 기구로 재편될 때, 이러한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주민자치의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

① 마을기본법과 주민자치회법, 제도 완성이 남았다

현재 마을공동체 관련 정책은 도시재생법·보조금법·각 지자체 조례 등에 산재해 있어 법적 체계성이 부족하다. 마을기본법(가칭)은 마을공동체의 개념과 범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의무, 중간지원조직의 법적 지위, 마을 자원의 공유·관리, 자치계획과의 연계 방안 등을 담아야 한다. 특히 마을기본법은 주민자치회 관련 법제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읍·면·동 단위 공식 자치기구인 주민자치회와 자발적 공동체 조직인 마을공동체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법제적 틀을 형성해야 한다.

나아가 지방자치법 제17조의2만으로는 위원의 권리·의무, 주민총회의 법적 효력, 수탁사무의 범위와 절차, 연계법인의 설립·운영 기준, 역량 진단과 지원 체계, 분쟁 해결 절차 등 세부 사항을 규율하기에 한계가 있어, 지자체마다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통일적 법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충분한 현장 경험이 축적된 이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며, 제도 시행 후 4~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본격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타임라인이다.

② 디지털 플랫폼으로 주민 참여를 넓혀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정보 공개와 주민 소통이 오프라인 방식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온라인 의견 수렴·비대면 토론·사업 결과 공유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참여 접근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전국 주민자치회가 공통 활용할 수 있는 표준 플랫폼과, 각 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추가 기능을 붙일 수 있는 개방형 구조의 결합이 이상적이다. 역량 진단 결과 시각화, 자치계획 공개, 우수 사례 공유 등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주민자치 생태계 전체의 학습 효과와 투명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다.


맺음말, 제도의 완성은 결국 현장에 있다

주민자치회 참고조례 전부개정안은 13년의 시범실시 경험과 지방자치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전환을 결합하여, 주민자치회를 진정한 '주민에 의한 자치'의 기구로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추첨제 원칙 위원 선정, 주민총회 의무화, 자치계획 수립, 수탁사무 체계화, 연계법인 설립은 모두 그 방향 설정의 산물이다.

그러나 제도의 설계와 현장의 작동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법률과 조례가 아무리 훌륭하게 정비되어도, 그것을 실제로 살아 있는 자치로 구현하는 것은 결국 현장의 주민과 활동가,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행정의 몫이다. 역량 차등 지원, 사무국 제도화, 교육과 학습 체계 혁신, 행·재정 지원 안정화는 새로운 제도가 서류 위의 규범에 머물지 않고 주민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 자치로 정착하기 위한 불가결한 조건이다.

나아가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의 협력, 마을기본법 제정과 주민자치회 개별법 제정 논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은 당장의 과제가 아니더라도 주민자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시야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장기 정책 아젠다이다.

2026년 10월은 주민자치회가 새로운 법적 지위를 갖는 출발점일 뿐이다. 진정한 제도 완성은 법률이 아니라 현장에서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민주주의의 실천 속에서 이루어진다. 주민자치회의 성패는 결국 주민의 신뢰를 얼마나 얻고,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 주체와 얼마나 협력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번 제도 개편의 성과 역시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13년간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새로운 제도적 전환점에 들어섰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은 법률이나 조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민총회의 실질화, 자치계획의 내실화, 안정적인 행·재정 지원,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의 협력체계 구축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주민자치는 주민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인수(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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